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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법률

특정경제범죄 취업제한 위반,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까?

by 오촌이도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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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4월 24일 선고한 2024나2030176 판결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제14조의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며,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특경법상 취업제한 위반과 상법상 이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충돌하는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사건 개요

원고들은 H 주식회사의 소액주주로, 과거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 G가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고 해당 회사의 회장직을 수행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피고가 법무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대표이사와 회장직에 취업한 것이므로, 이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법령 위반'으로서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며 손해배상 약 220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요지

1심은 피고의 취업 자체가 특경법 제14조 위반임은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도 이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습니다.

  • 특경법 제14조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개인에게 취업을 금지하는 규정일 뿐, 기업에 대해 해당 인물을 채용해서는 안 된다는 직접적인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라는 점
  • 법무부장관이 해당 기업에 해임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나, 본건에서는 그러한 해임 요구조차 없었던 점
  • 피고의 취업이 무효로 평가된다면, 해당 기간의 모든 기업 활동 및 계약 등이 무효로 될 우려가 있고, 이는 거래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

결국, 피고의 취업제한 위반은 형사적·행정적으로는 문제될 수 있으나, 곧바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으로 연결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주주들이 주장한 손해배상의 쟁점은?

소액주주 측은 피고의 대표이사 취임이 위법이므로, 그 재직 기간 중 피고가 행한 모든 법률행위는 권한 없는 자의 행위로 간주되어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사의 임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상법 또는 기업의 영업에 필요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여야 하며, 특경법은 그런 직접적 기준이 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취업제한 위반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형사적 위법’과 ‘민사적 책임’의 구분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환기시킨 판례로 평가됩니다.